Chapter 6: Friday, Nov. 28th





Chapter 6: Friday, Nov. 28th

 

 

 

 

친애하는 존,

 

무기상은 아닙니다제 직종은 자신의 실제 위치와 업무에 관해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그런 연유로 저에 대해 모호한 정도로만 알려드리고 카메라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지만제 생각에 당신이 반대할 만한 부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아마 최근에 어디에서 지냈는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칠면조와 저급한 매시 포테이토그리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달작지근한 크랜베리 젤리 통조림에 완전히 질렸다는 것은 인정해야겠군요(사실 어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먹는 음식이지요). 보아하니 이 나라의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한 명절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듯 합니다 – 아마 크리스마스 시즌에 침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유의 명절[각주:1]을 고집하는 거겠죠대중적인 특정 시기의 음악이 이보다 더 이상 무의미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10월부터 줄곧 공공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제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결심한 듯 합니다신발에 관한 신파적인 크리스마스 음악[각주:2]은 제가 여기 온 이후로 다섯번은 들어야만 했죠. 5번은 4.75배나 지나친 거에요.

 

전 좋아하는 말이나 좋아하는 수퍼히어로는 없어요좋아하는 건 이런 거죠:

 

좋아하는 색 (검정)

 

좋아하는 책 (플라톤의 공화정)

 

좋아하는 작곡가 (장바티스트 륄리지휘하던 중 당한 사고로 죽은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된 사람)

 

좋아하는 수학자 (데카르트우연히 라틴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도록 양육된 마지막 세대의 일원)

 

좋아하는 차 (요크셔 골드 – 특히 아주 좋아하는 향은 아니지만그 자체로 향수를 자아내고영국 밖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선택은 아니었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는 전부 봤습니다그럭저럭 재미있다는 건 알겠더군요데이비드 발다치의 책은 전혀 읽어보지 않았지만오늘 오후 공항으로 오는 길에 그의 최근작을 골랐고비행 내내 그 책이 절 즐겁게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운이 좋다면아동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당신의 사진 중 하나에서 수염을 기르고 있었지만다른 사진에는 그렇지 않더군요 – 그건 최근의 변화입니까아니면 예전 일인가요제가 제 외양에 관해 지나치게 과묵하게 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당신은 수염이 없는 게 훨씬 더 좋아 보입니다상대적으로 낯선 사람의 의견은 가치 있답니다.

 

-윌리엄






  1. 추수감사절. 보아하니 미국에 있나봐요. [본문으로]
  2. Christmas Shoes. 죽음을 앞둔 엄마를 위해 신발을 사러온 아이 이야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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